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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2] _ 그의 자서전에 담긴 삶의 태도

다점 2022. 6. 10. 20:26

 

르 코르뷔지에는 안도 다다오에게는 중요한 건축가였습니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모더니즘이 싹튼 서구의 1920년대가 획기적이었던 까닭은 그때까지 귀족 계급을 위한 예술가로 일하던 건축가가 사회를 향해 자기들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주체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건축인가? 지금 사회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런 발상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 노동자를 위한 집합주택 '지들룽Siedlung'이라는 주제였다. 공업화 사회의 도래로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던 당시, 도시는 완전한 혼란 상태에 빠지고 사람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신음하고 있었다. 그 밀집 상태를 완화하고 사람들에게 위생적인 주거 환경을 매우 싼 값으로 제공하는 것이 그 사회의 가장 시급을 요하는 과제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도시 주거 형태를 놓고 건축가들은 많은 안을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물의를 일으킨 것이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유니테 다비타시옹 시리즈였다고 생각한다. 마르세유에 지은 그의 첫 번째 작품을 나는 1965년 첫 번째 유럽 여행에서 만났다."

 

"하나의 집학주택 안에 하나의 거리 혹은 공동체가 자라는 데 충분한 생활 요소가 담겨 있었다. 거기에는 단순히 대량 공급의 경제적 이점만이 아니라 모여 살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풍요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설계자 의도대로 기능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라는 한 인간의 구상이 구체적인 구성으로 실현된 모습에, 그리고 사회를 고민하며 백지 상태에서 구상해 낸 공간의 강렬함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거기에서 건축가의 한 전형을 보았던 것이다."

 

안도 다다오라는 건축가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의 열정은 학벌도 사회적 이해관계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는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건축을 지향하는 사람이었고, 그러한 변화를 기다리는 열정도 가진 건축가였던 것 같다. 

그가 정확히 파악한 것은 지금의 글로벌리즘이 미국의 주도 하에 일어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지구주의 혹은 공동체주의는 대립하는 문화나 가치관을 서로 용인, 포용하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우리는 글로벌화 되었다는 세상에 살아가지만, 무역과 교류는 늘었을지언정 문화적인 차이는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지적에 동의가 되었다. 

 

그는 어린이를 위한 시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일관된 주제는 자연과의 대화였고, 또 하나는 목적 없이 내버려 두는 장소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미 정해진 문제와 해답을 연결하는 지식을 익히는 학교 수업과 세계를 자기 눈으로 보고 문제 자체를 찾아갈 수 있는 지혜를  키우는 방과 후의 자유로운 시간이 모두 있어야만 비로소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건축도 마찬가지이다. 만드는 사람이 '이곳은 이렇게 사용하시오'라고 하나하나 결정해 버린다면 사용하는 사람은 상상력을 동원해 활용하는 재미를 누릴 수 없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그렇게 스스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치된 장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그의 유명한 대표작 중에 하나이 빛의 교회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건축활동이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말한다. 

 

바로 그가 오사카 교외에 지은 작은 교회가 빛의 교회이다. 극한의 저비용으로 지은 빛의 교회에서 그는 건축이 줄 수 있는 경건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아담한 지역밀착형 교회를 짓는 일인데, 문제는 예산이었다. 마침 세상은 훗날 버블경제라 불리는 활황으로 막 듥끓기 시작할 때였다. 전에 없던 건설 붐에 건축비가 급등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자들이 정성껏 모은 뒤한 돈이라고 하면서 그가 제시한 금액은 너무나 안쓰러운 수준이었다. "

 

그는 빛의 교회 건축을 맡기로 한다 .

 

너무나 적은 예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작은 건축회사가 공사를 맡아주기로 한다. 돈벌이에는 서툰 사장이었다고 한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시공사는 그곳 말고는 없었다고 한다. 예산이 부족하여 지붕을 씌우지 말고 공사를 끝내자는 생각도 했다고 하지만, 시공회사가 신자들의 진지한 소망에 부응하고자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설계도대로 잘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매사 처음부터 뜻대로 되지 않았고, 뭔가를 시작해도 대개는 실패로 끝났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가능성에 기대를 품고 애오라지 그늘 속을 걷고, 하나를 거머쥐면 이내 다음 목표를 향해 걷기 시작하고 그렇게 작은 희망의 빛을 이어나가며 필사적으로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의 책 마지막 사진은 그가 빛의 교회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빛의 교회가 그의 삶에 큰 상징이었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는 그의 인생관을 빛과 그늘로 표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그는 빛이 있다면 그늘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인생에 펼쳐진 그늘을 직시하고 딛고 넘어서기를, 자신의 건축 인생도 빛이 있기까지 수많은 그늘이 있었다고 말한다. 

유명한 건축가의 화려한 자서전이 아닌 담담한 삶의 고백과 열정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거침없이, 그러나 세상과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은 삶인지 질문을 던지는 건축작업을 하며 살아온 그의 삶이 위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