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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생각들

임계장 이야기

by 다점 2020. 5. 14.




까똑. 지인이 한 번 보라며 까똑으로 보내준 너튜브 영상을 보고 나는 한동안 멍할 수 밖에 없었다. 

첫번째로는 이 분이 지난한 삶을 멋지게 살아내고 계셨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고령자 노동환경의 잔인함 때문이었다.

담담히 풀어가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화가났고,

울컥하다가도 다시 불끈 지지를 보냈다.  

 

[영상] ‘신의 직장’ 정규직으로 다니던 퇴직자가 경비원 된 후 알게 된 현실 ▼▼▼ 

 

 

이 영상에 등장하는 조정진씨(63)는 38년 동안 공기업에서 일하다가 정년퇴직 후, 시급노동자가 되었다.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부, 배차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설움을 겪었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수첩에 적어두었다가 책을 엮었다.

 

그가 겪었던 서러운 일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사실 그의 성씨는 조씨임에도 임계장으로 불렸다. 그 이유는 임계장이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인 말이었기 때문이다. 

 

버스 트렁크에 머리를 부딪친 그에게 회사에서는 그 다음날 나오지 말라고 했다. 아파도 휴가를 낼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추운 날씨에 방한복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돌아온 이야기는 노인도 추위를 타냐는 되물음이었다. 

 

석면이 날리는 곳에서 쉴 때도 있었고, 더럽고 궂은 일을 하느라 피부병이 난 적도 있었다. 

 

마스크를 달라고 해도, 다 늙은 경비가 얼마나 살려고 그러냐는 폭언을 들어야 했다. 

 

이분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고령노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고,

 

경비원 갑질, 경비원 폭행을 다루는 기사도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100세 시대, 장수하는 것이 행복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계를 위해 노동을 이어가야 하는 고령노동자의 현실은 너무나도 처참하다. 

 

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 자체는 가치가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노인의 노동의 가치를 똑같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말이다. 비단, 노인 뿐일까.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는 경우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회 저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왜, 직업이 주는 옷을 입게 되면, 바로 그 사람을 평가해버리는 기준이 되는 걸까. 그리고 은연 중에 무시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인 것을. 갑질이 만연한 곳에 사는 것이 도대체 누구에게 좋은 일이라고.

 

그는 인터뷰에서 "어쩌면 나의 부모와 이웃, 혹은 나일지 모를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의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조정진씨가 쓴 책

 

 

 

 

며칠전, 뉴스에 나온 경비원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크다. 이에 대해 조정진씨께서 위에 링크한 영상에 직접 답글을 다셨다. 그 내용도 함께 올리니 더보기를 누르면 볼 수 있다. 올린 영상의 첫번째 댓글로 고정돼 있다.

 

더보기

시리얼을 사랑하는 청년님들,  저는 " 임계장이야기"의 저자입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 퇴근하자마자 KBS 9시 뉴스를  통해 서울 성북구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을 알았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시리얼의 청년 여러분. 이런 억울한 죽음 막아보려고, 제가 병상에서 모르핀 진통제를 맞아가며 책을 썼는데. 세상은 외면하는 것일까요? 제 첵 77페이지에 쓴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오래된 아파트 .. 이중 삼중 주차... 폭언 폭행.....억울해도 말할곳이 없는 설움. 노조도 없고, 관청에 신고해도 아파트의 눈치를 먼저 살피고.... 나이 60이 넘어 아파트 경비원 하는 노인이 ... 살아보고자 노동하지, 이렇게 죽으려고 노동을 했겠습니까?  노인은 세상을 살아온 연륜이 있어 충동적으로 목숨을 내던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억울하고 분해도, 말할 곳도 없고, 들어주는 이도 없어... 그냥 스스로를 던진 것입니다. 너무 불쌍합니다. 착한 분이었다고 해요. 법 없이도 살 분이었다고 주위 동료들이 말하네요.저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 놓을 때, 노동이, 경비원이라는 직업이 부끄러울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것이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탈고에서 출판에 이르기까지 1년 넘게 걸렸던 이유가  그 망설임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제 가족이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아파할까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이제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훨씬 적은 제가. 이 세상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이것이라 생각하여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도 억울한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무기력함에 몸이 떨립니다.노인 노돟자가  아프면 무조건 "노환"이라 하더군요, 그리고 바로  해고합니다. 일을 하다 부상을 입어도 마찬가지로 노환이라 합니다. 그러면 서울에서 생을 마감하신 이 경비원의 죽음도 노환인가요? 아닙니다.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합니다이분둘아 임계장들입니다.임시계약직 노인장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너무 쉬워서 "고. 다. 자  라는 준말로 불리는 아파트 경비원...그리고 청소원, 주차관리원 들....그리고 이천 물류창고에서 안전관리자도 없이 철골 구조물에 갇혀 불길을 피하지 못한 노동자들... 이들이 바로 고다자입니다그러나 우리 이웃입니다. 내 친구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내왕이 뜸한 내 친척 중의 한 명일 수도 있어요.  그런 노인 근로자가가 450만명입니다.청년 비정규직,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청년들,, 제가 고층빌딩에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일할 때 그 빌딩과 터미널을 움직이는 인력의 80%가 비정규직 청년들이었습니다. 청년들은 저를 경비아저씨라고 친근하게 여겨 속내를 털어 놓았습니다.그래서 저는 청년들의 현실과 청년들의 어려움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제가 만난 이 청년 분들도 이 "고. 다. 자" 인력, 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쉬운 인력이었습니다. 헐값에 젊음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부모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일터로 나와 일과 공부를 함께하는 자랑스러운 청년들이었습니다.그 청년과 노인이 "고다자"라는 어이없는 동의어로 묶여 있었습니다.노인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청년들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제가  다섯 곳의 시급일터에서 만난 많은 동료들은, 자기 자녀들을 비정규직 안 시키려고, 그런 이유로 하나도 일터로 나옵니다.자식을 비정규직 시키지 않으려고 늙은 아비가 비정규직이 된 것이지요.문과대학 졸업자의 10%만이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내 새끼는 비정규직 안 시키려고... 그래서 내 자녀가 정규직 취업할 때까지, 공무원 시험 합격할 때까지.. 기약없는 세월을 매연,배기가스,쓰레기 더미 속에서 오늘도 일하는 노인 노동자들입니다."노동의 결과물들의 가치"는 서로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동 자체의 가치"는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을 신성하다고 하는 것입니다.시리얼을 방문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준수한 청년들인지 댓글을 통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여러분의 그 때묻지 않은 청순함에 의지하여 호소합니다.이번 아파트 경비원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그가 왜 죽음을 선택하였는지? 살피고 헤아려 주십시요.세상은 다시 찰나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요?그러면 다시 언젠가 억울한 죽음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이 죽음에 대해 우리, 무심하지 맙시다그리고 이 사회가, 이 정부가, 노동, 고용, 복지, 안전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수사를 담당하는 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감시해야 합니다.또 이것을 "갑질"이라고 , 그냥 노인 경비원 하나 죽은 일이라고,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됩니다.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므로 그 원인을 낱낱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입법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청년님들, 아래 뉴스 보십시오.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남겨진 피맺힌 유서, 서너 줄 밖에 안되는 마지막 외침을 들어주십시요,저는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이런 일을 막아보고자 혼신을 다해 노력해 보았지만 너무도 무기력한 노인의 한 사람이라는 슬픔이 밀려 옵니다.혼자서 엉엉 울다가문득 청년 여러분이 남겨주신 따뜻한 댓글이 떠올라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올립니다news.v.daum.net/v/20200510173707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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